김다솜 선교사


다솜이 차오르는 해든이네 이야기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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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실 거리다

세 번째 책이 출간되었어요. 두 번째 책 <인사를 건네다>(2018) 이후 4년 만입니다.

 첫 번째 책에 실릴 글을 쓰면서는 남편을 천국으로 배웅한 후 여러 가지 시끄러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고, 두 번째 글에는 추스른 마음을 차곡차곡 다진 시간을 담았었죠. 그렇게 곧 추 스르고 다져서 성장한 마음을 글에 담아 세 번째 책을 만날 줄 알았는데, 그리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때부터 파도가 일렁였 죠. 주님의 특별한 은혜가 임하여, 나는 그까짓 슬픔이나 절망 따윈 겪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뇨. 거저 얻어지는 시간은 없으 며, 그까짓 이란 관형사는 감정의 교만을 덮는 단어일 뿐이더라 고요. 작년까지 3년 동안 몇 번씩 찾아온 마음의 쓰나미 그리고 일정치 않은 밀물과 썰물의 반복이 곤혹스러웠습니다. 

이런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어 겉으론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도록, 스스로 다독이며 일상을 살았지요. 이런 삶이 그나마 가능했던 건, 제가 풀썩 무너지지 않고 숨 쉬도록 잔잔한 물결과 맑은 하 늘을 종종 보여주신 주님의 배려 덕이었어요.  

통상 애도의 기간을 3년이라 말하는 이유가 있음을 이번에 알 았답니다. 뒤늦은 3년의 애도 기간을 채우고 작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그동안 끄적인 메모들과 간간이 적은 이야기들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3년 동안, 밥 한술 뜰 힘이 없을 때도 많았기에, 이번 책은 ‘나와 같은 마음인 분들에게 밥 한 술 먹이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엮었어요. 책 내용 중, 당실거림을 주제로 쓴 글이 있는데, 제 마음과 읽는 분의 마음이 함께 당 실거리길 바라는 소망으로 제목 또한 <당실거리다>라고 정했습니다.

 ‘당실거리다’는 ‘신이 나서 팔다리를 계속 흥겹고 귀엽게 놀리며 춤을 추다’라는 뜻을 지녔죠. 남편이 천국으로 안식년을 떠난 지 햇수로 8년 되는 올해, 10년이 가까워오니 이제야 그가 보이지 않아도 진심 당실거림이 가능 하네요.


지나간 , 그리고 펼쳐질 이야기


이야기 하나

지난 1월 11일 종족예술 훈련코스인 ‘Vibrant Community through the Arts’가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제가  쓴 ‘동아시아 X국 종족음악 사역’에 대한 글과 음원 자료가 잘 활용되어 전 세계 종족예술 지망자들이 선교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야기 둘

작년 7월, ‘2022년 GBT 달력’을 위한 기획회의가 있었고 코로나 시국에 지친 동역자님들께 힘이 될 만한 달력을 제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지요. 기존의 사진 혹은 그림으로 GBT를 표현하

던 달력 형식을 벗어나 위로가 되면서 실질적인 달력을 만들어 보기로 한 거예요. 하여, 제가 쓴 두 권의 에세이(<금 밟아도 괜찮아>, <인사를 건네다>)에서 따뜻한 글들을 발췌하여 싣는 것

에 마음이 모아졌어요. 저와 커뮤니케이션팀에서 두어 달에 걸쳐 책에 있는 글 중 40여 편을 발췌하였고, 가장 합당한 글로 추려가며 긴 작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달력이 지난 연 말, 약 3,000여 분의 동역자와 단체로 전해졌답니다. 









이야기 셋

드디어 지난 11월 14일, ‘전문 디브리퍼 자격증’을 취득했습니 다. 작년 한 해는 전문 디브리퍼 과정을 이수하며 우선 제 스스 로를 디브리핑하는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더불어, 힘든 선교사들을 디브리핑하면서 함께 치유되는  상생의 시간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제부터 GBT본부 멤버케어팀에서 전문디브리퍼로서 30% 정도의  협력지원 사역을 하며 원치 않는 일을 당했거나, 위험에 처했거나, 관계의 문제가 생겨 위기에 처한 선교사들을  돕게 됩니다.


이야기 넷


난곳 방언으로 오디오 북 녹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년째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북 녹음’ 봉 사가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 감사하게도 큰 무리 없이 GBT 격월간지를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어요. GBT 카카오  채널에서 들으실 수 있고요, 앞으로도 녹음은 계속될 겁니다.


이야기 다섯


선교사들과 크리스천들의 필독서라 칭함 받는 도서, 데이빗 보쉬(David Jacobus Bosch)의 <길 위의 영성(A  Spirituality of the Road)>(2011) 이 절판된 이후, 김동화 선교사(GBT은퇴 선교사)님에 의해 얼마 전 재 번역  되었습니다. 선교사로 부름받고 10여 년이 지나 한참 지쳐 있을 때, 이 책을 읽고서 마음에 따끈한 불이 다시  피어올랐었죠. 그런 책의 윤색 요청을 받은 것은 제게 감사한 일이었어요. 무엇보다 이 작업을 통해 저의 영성 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을 것이기에 주저 없이 응했습니다. 깊은 영성을 소개하는 책의 내용을 반듯하고 읽 기 쉽게 윤색하여 많은 크리스천의 길잡이가 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야기 여섯

<난곳 방언으로> 2022년 1/2월 호와 3/4월 호에 실릴 글들을 수정 및 윤색했는데요, 1/2월 호는 완성되어 배 포되었고, 현재 3/4월 호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곧 5/6월 호 기획회의를 거쳐 원고 다듬기를 하게 될 거예요.


해든이와 지훈이, 그리고 다린이는요


다린이가 태어난 지 곧 9개월이 됩니다. 참 빠르죠? 이젠 혼자 일어나 한 두 걸음 발을 떼보기도 해요. 아랫니 2개가 올라왔 고, 아빠 엄마를 말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가 정성 들여 만들어준 이유식과 모유 수 유를 병행하고 있고요. 잘 웃고, 불만이 있 어도 오래 짜증 내거나 길게 울지 않아요. 하지만 자신의 의사 표현은 확실히 하죠. 그런 다린이를 보며, 해든이가 참 좋아해요.







그것 아시나요? MK(선교사 자녀)가 갖는 부담감이요, 아무도 그리 요구하지 않지만, MK들은 작은 선교사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래야 선교사인 부모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다 여기거든요. 그 부분이 늘 버거웠을 해든이는 다린이가 사랑받는 자로써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 속 시원한가 봐요. 늘 양보하고, 자신을 위한 요구 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던 아이이니까요. 앞으로도 예의를 벗어나거나, 경우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다린이가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방식을 요구하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서, 다린이가 곧되 부드러움을 한껏 품은 아이로 자라길 기도합니다.

 늘 부모는 자식에 대해서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지요. 요즘 제 마음은 좀 더 그렇답니다. 해든인 다린이 를 키우며 엄마 마음을 헤아린다고 하는데, 저는 아가를 대하는 해든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느꼈을 쓸쓸한 마음 을 헤아리게 되거든요. 그래도 깊이 뿌리박힌 나무처럼 한결같은 지훈이가 해든이 옆에 든든히 서 주어서, 쓸쓸 한 바람이 들어올 틈을 막아주는 것이 감사해요.

 요즘 해든이는 해든이대로, 저는 저대로 한 뼘씩 또 자라는 것 같습니다.


함께 손 모아 주세요

1. . <난곳 방언으로/GBT 격월간지>에 실릴 원고들을 수정하고 윤색하는 과정에 지혜 주셔서 원본의 내용을 잘 살리면서도 정갈한 글로 수정하 고 윤색하도록 / 난곳 오디오북 녹음 제작이 원활하며, 청취자들이 쉽 고 다정하게 느끼는 선교잡지가 되도록 / GBT 역사기록의 빈틈을 잘 찾아내어 메꾸는 일에 능숙해지도록.

 2. 한국어로 재번역 된 데이빗 보쉬 - <길 위의 영성>을 수정하는 과정에, 깊은 영성을 소개하는 책의 내용을 반듯하고 읽기 쉽게 윤색하여 많 은 크리스천의 길잡이가 되는 데 도움이 되도록.

 3. 선교사들의 위기 상황에 맞는 감정적 응급처치를 적절히 진행하는 전 문 디브리퍼가 되도록.

 4. 해든이와 지훈이가 아가와 함께하는 모든 것에 기쁨 충만하며 가정일 과 직장 일에 균형을 잘 맞추며 건강하고 안전하도록 / 다린이가 발달 시기에 잘 맞는 건강한 성장을 하도 록 / 가족 간에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사랑이 충만하도록 / 해든이가 육아에 전념할 때 건강한 몸과 영과 마음을 허락하시도록.

 5. 여기저기 몸의 약한 부위들을 말끔히 치유해 주시도록 / 더 맑고 밝은 영과 마음을 지키며 그 영향이 육체 에까지 흘러 건강하도록.

 6. 파송 교회인 거룩한 빛 운정교회가 지역사회의 쉼이 되는 교회 되게 하시고, 따듯한 신뢰관계를 유지하도 록 / 곁에 있는 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함께 살아가는 맛을 잃지 않도록.

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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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www.gbt.or.k 




책 출간 소식을 전하려 편지가 좀 늦어졌어요.  

소식을 전하다 보니 길어졌고요. 

 늦어지고, 길어지고. 

 가끔은 이런 여유와 헐렁임이 쉼표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 편지는 한껏 푸르러진 4월에 정확히 보내 드리겠습니다. 

 겨울 끝자락, 즐기셔요.

 김다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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